지금 이 순간에도 여러분의 심장은 한시도 쉬지 않고 뛰고 있습니다.
지난 시간까지 몸의 틀을 세우는 골격계와 그 틀을 움직이는 근육계를 살펴보았습니다.
오늘은 뼈와 근육이 활동하는 데 필요한 산소와 영양분을 온몸에 전달하는 혈액과 순환계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심장은 어떻게 혈액을 움직이고, 혈관은 어떻게 온몸의 세포를 연결하는지, 시리즈의 네 번째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1. 혈액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을까요?
혈액과 순환계를 이해하려면 먼저 혈액의 정체를 알아야 합니다.
혈액은 몸무게의 7~8%를 차지하며, 성인 기준 약 5리터가 온몸을 돌고 있습니다.
혈액은 크게 두 성분으로 나뉩니다.
액체 성분인 혈장이 혈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나머지가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이라는 혈구 성분입니다.
혈장의 대부분은 수분이고, 그 속에 단백질과 전해질, 호르몬, 영양분, 노폐물이 녹아 있습니다.
혈소판은 엄밀히 말하면 세포가 아니라 세포에서 떨어져 나온 작은 조각이라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각 성분의 역할
- 적혈구: 헤모글로빈에 산소를 실어 온몸의 세포로 나르는 운반자입니다.
- 백혈구: 종류에 따라 병원체를 직접 제거하거나 항체 생성에 관여하는 등 감염에 대응하는 방어군입니다.
- 혈소판: 상처가 나면 혈관 손상 부위에 모여 피를 멎게 하는 지혈의 담당자입니다.
- 혈장: 물을 비롯해 영양분, 호르몬, 노폐물을 녹여 실어 나르는 수송로입니다.
혈액의 생성과 소멸

눈여겨볼 점은 적혈구의 수명이 약 120일이라는 것입니다.
늙은 적혈구는 비장과 간에서 걸러지고, 새로운 혈액세포는 끊임없이 공급됩니다.
우리 몸의 피는 한 번 만들어져 평생 가는 것이 아니라, 매일 새로 태어나고 교체되는 살아있는 조직이라는 뜻입니다.
이렇게 본 혈액의 역할을 요약하면 다섯 가지입니다.
산소와 영양분을 세포로 운반하고, 이산화탄소와 노폐물을 폐와 콩팥으로 실어 나르며, 호르몬을 전달하고, 백혈구와 항체로 병원체에 맞서며, 체온을 고르게 분배합니다.
운송, 통신, 방어, 냉난방을 모두 겸하는 종합 물류센터인 셈입니다.
2. 심장은 어떻게 혈액을 움직일까요?
그렇다면 이 혈액을 온몸에 뿌리는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바로 주먹만 한 크기에 무게 약 300g의 심장입니다.
보기와 달리 근육으로 이루어진 튼튼한 기관입니다.
심장은 4개의 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위쪽의 두 방을 심방, 아래쪽 두 방을 심실이라 부르는데, 혈액이 들어오는 문이 심방, 혈액을 내보내는 펌프가 심실입니다.
심장은 안정 시에도 분당 60~100회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하루 약 10만 번을 뜁니다.
잠들어 있는 동안에도 이 펌프는 단 한 순간도 멈추지 않습니다.

심장의 또 하나의 결정적 장치는 4개의 판막입니다.
삼첨판, 폐동맥판, 승모판, 대동맥판이 일방통행 문처럼 작동해, 한번 나간 피가 다시 거꾸로 흐르지 않도록 막아 줍니다.
덕분에 혈액은 언제나 한 방향으로만 흐릅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심장 근육 자체도 몸의 다른 조직처럼 산소와 영양분이 필요합니다.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히면 협심증, 심근경색 같은 질환이 생긴다는 점에서, 펌프 역시 혈액 공급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3. 동맥·정맥·모세혈관, 각자의 임무
심장에서 뿜어져 나온 혈액이 다니는 길인 혈관은 크게 세 종류로 나뉩니다.
- 동맥: 심장에서 나가는 혈액이 흐르는 혈관입니다. 높은 압력을 견디기 위해 벽이 두껍고 탄력이 좋습니다.
- 정맥: 심장으로 돌아오는 혈액이 흐르는 혈관입니다. 벽이 얇고 온몸 혈액의 상당량을 머금고 있는 저장고 역할도 합니다.
- 모세혈관: 동맥과 정맥을 잇는 가장 가는 혈관입니다.

특히 다리 정맥에는 혈액이 거꾸로 흐르지 않도록 판막이 갖추어져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모세혈관입니다.
혈관벽이 단 한 층의 얇은 내피세포로 되어 있어, 혈액이 얇은 벽을 사이에 두고 주변 조직과 산소와 영양분을 주고받고 이산화탄소와 노폐물을 회수합니다.
요약하면 동맥은 고속도로, 정맥은 회수 노선, 모세혈관은 세포의 문 앞까지 배달을 완료하는 문지기인 셈입니다.
4, 폐순환과 체순환, 두 갈래의 여정
심장에서 나온 혈액이 동맥과 모세혈관, 정맥을 차례로 거쳐 다시 심장으로 돌아오는 한 바퀴의 과정을 혈액 순환이라고 부릅니다.
이 여정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뉩니다.
- 폐순환: 우심실 → 폐동맥 → 폐의 모세혈관 → 폐정맥 → 좌심방. 폐에서 이산화탄소를 내보내고 산소를 받아들이는 기체 교환 과정입니다.
- 체순환: 좌심실 → 대동맥 → 온몸의 모세혈관 → 대정맥 → 우심방. 산소와 영양분을 온몸에 나눠주는 배달 코스입니다.

이 두 순환이 끊임없이 연결되며 온몸의 세포가 살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동맥과 정맥의 구분이 산소의 유무가 아니라 심장에서 나가는가 들어오는가라는 방향이라는 사실입니다.
실제로 폐동맥에는 산소가 적은 혈액이, 폐정맥에는 산소가 많은 혈액이 흐릅니다.
우리 몸의 설계가 얼마나 정교한지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5. 뼈와 근육도 순환의 동료입니다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혈액과 순환계가 이전 시간에 다룬 골격계, 근육계와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눈치채셨을 겁니다.

첫째, 혈액세포의 출생지는 바로 뼈 속의 골수입니다.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이 모두 골수에서 만들어지니, 골격은 단단한 틀일 뿐 아니라 혈액을 생산하는 공장이기도 합니다.
지난번 골격계 글에서 배운 내용이 여기서 다시 만나는 셈입니다.
둘째, 다리의 정맥혈은 중력을 거슬러 심장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이때 종아리 근육이 수축하며 정맥을 주물러 혈액을 밀어 올리고, 정맥 속 판막이 피가 다시 내려가지 않게 붙잡아 줍니다.
이런 근육의 펌프 작용이 실제로 하지 근육의 운동이 정맥혈을 심장 쪽으로 되돌리는 핵심 기제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종아리 근육을 흔히 제2의 심장이라 부르며, 오래 앉아 있으면 다리가 붓고 걷기가 혈액순환에 좋다는 말에도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입니다.
마무리하며
오늘은 혈액과 순환계의 전체 지도를 그려보았습니다.

혈장과 혈구로 이루어진 혈액, 4개의 방과 판막을 가진 심장, 각자의 임무를 다하는 동맥·정맥·모세혈관, 그리고 폐순환과 체순환의 두 갈래 여정까지.
결국 순환계는 몸의 모든 기관을 하나로 묶는 생명의 운송망입니다.
그래서 순환계의 건강이 곧 온몸의 건강이라는 말도 결코 과장이 아닙니다.
이 여정에서 산소를 싣고 내리는 폐의 역할이 자연스럽게 궁금해지지 않으시나요?
다음 글에서는 혈액이 산소를 교환하는 곳, 호흡기계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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